2025/04 36

# 고장난 시계

약속 시간에 늦어 버렸어. 시간과 약속은 항상 붙어다니지. 이상할건 없어, 어차피 시간이란 결국 모든 사람들의 약속이니까. 침 하나, 숫자 하나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약속들. 그리고 시간에 쫓겨 숨고를 틈도 없이 나를 더 바쁜 일상으로 밀어넣는 문. 어느날, 갑자기 모든 시계가 고장나 버린다면 어떨까? 더 이상 쫓길 일 없이 편안할까? 느러지게 자면서 24시간에 맞춰진 틀이아닌 나만의 시계를 돌려가며 어떨때는 좀 느리게... 어떨때는 좀더 빠르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 다만, 나만의 시간 속에 그녀는 없겠지... 나만의 시간 속에 그곳은 없을꺼야... 추억도, 기억도, 함께할 이도 나만의 시간속엔 존재 하지 않을거야 만나고 싶어도 서로다른 시간속에 만날 수 없고..

2025.04.10

# 담배

누군가 애기했어.'담배를 피는이유? 남자의 한숨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멋진 말이지 않아?  오늘도 저 말을 되뇌이며 출근과 동시에 흡연실로 들어갔어.  칙.. 칙..  불이 잘 붙지 않는 라이터에 조금 짜증이나서 담배를 문 입술위로 자그마한 주름이 생기더니 결국 눈썹까지 들썩거렸지. 치이익.. 담배에 불을 가져다 대고 빨아들이자 연기가 천천히 피어났어. 후우우..  춥지도 않은데 입에선 입김이 나기 시작 했어. 내뿜은 연기가 뿌연 안개처럼 퍼지기 시작하는거야.  쉼, 기억, 추억 그리고 풀 타는 냄새 난 이 냄새를 좋아해. 이 냄새는 나를 이 냄새가 났던 그 곳으로, 이 냄새는 나를 이 냄새와 함께했던 이들이 있던 그 장면 으로, 이 냄새는 나를 이 냄새를 함께 울고 웃던 그 시간으로 잠..

2025.04.10

# 듣고있니

어둠이 내린 이 거리밤 공기 마저 차가웁 구나 널 만난 그 시절 그 순간그 날도 지금처럼 차가 웠던가 아니 그 날을 난 기억 한단다 거리에 수 많은 별빛과온몸을 감싸는 따스함 그래  그게 널 만난 그날의기억 이란다. 웃는 널 보며 세상을 가졌고우는 널 보며세상을 잃었고 날 보며 안기는 널 보며날 찾는 널 보며삶의 이유를 깨달 았는데 무엇도 해주지 못해서무엇도 남기지 못해서 나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게 해 둬서그게 내가 해준 마지막 선물 이라서 눈물이 앞을 가려쉽게 눈 도 감지 못해서 한 줌 가루되어 날리면네 맘 얼마나 더 아플지 그 생각 하나 하나에가슴이 미어져 아프지 마라슬프지 마라나 없이도 항상 행복하거라 소리 쳐도 듣지 못 할 말넌 듣고 있을까 미안 하다고마 웠다행복 해라 이렇게 소리치 건만 해주고 ..

2025.04.10

# 집으로 가는 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한 밤이었어.  구름까지 껴서 전혀 앞을 볼 수 없었지. 내가 지금 어딜 걷고 있는건지 어디까지 왔는지 전혀 알수 없는 상태로 걷고 또 걸었지. 이유는 없었어.  그냥 집에가서 쉬고 싶었거든.  그렇게 걷다보니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뭇가지에 긁혀 찢어지고 걷고 걷다 앞을 바라봤을때 어둠끝에 희미한 불빛 하나가 보이더라.  '저기다!' 어디서 나온 확신이었을까? 우리집에서 나온 불빛이라고 확신한 나는 뛰기 시작했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여전히 작은 불빛말고는 보이지 않지만 그 불빛이 세어나오는 곳을 향해  미친듯이 뛰었어. 불빛에 다다랏을때.  역시 우리집이 맞았어.  드디어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는 웃으며 현관을 열었지.  '꼴이 이게 뭐야?'  여기저..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