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4

# 김치

김치는 익어야 제맛이지 오래될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 처음에 밋밋했던 그 맛이 오랜시간 숙성을 거쳐 누구에게도 꺼내지지 않으면 그때야 비로소 묵은지가 된다. 그런데 나중에 꺼내자 지금은 꺼낼 때가 아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어리석은 마음에 그렇게 계속 기다리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되면 그때부터 김치는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슬슬 골무지가 피고 악취가 진동한다. 더이상은 먹지 못하는 묵은지에서 썩은 김치로 그렇게 변해간다. - 미안해 -그때 못한 내말처럼 다신꺼내지 못할 썩어버린 내 울음처럼.

2025.04.23

# 버려진 우산

필요없다고 버린건 나였다. 몸이젖지 않게 빗물을 막아주던 고마움도 자신을 적셔 나를 지켜주던 그 희생도 해가 짱짱한날 모두 잊혀져 어딘지도 모를 곳에 두고왔다. 우산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내일 비가온데 젖으면 안되잖아 감기 걸릴라 자기가 젖는건 안중에도 없이 그렇게 나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 우산을 그렇게 방치했다.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