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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체증

꽉막힌 출근길 도로에 가득찬 차들에 숨이막혀 물 한잔과 함께 숨을 내뱉는다. 8시 15분 지각일까? 애타는 마음과 달리 멈춰버린 페달과 함께 차는 움직일 생각조차 않는다. 움직이는 차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조금씩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그렇게 그들과 함께 앞으로 전진한다. 다시 멈춰버린 차 답답함에 연 창문으로 향긋한 풀냄새와 바람냄새에 살며시 눈을 감는다. 지저귀는 새소리 성난 경적소리 그리고 따뜻한 햇살 지각 이라는 것이 교통체증이라는 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2025.04.24

# 김치

김치는 익어야 제맛이지 오래될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 처음에 밋밋했던 그 맛이 오랜시간 숙성을 거쳐 누구에게도 꺼내지지 않으면 그때야 비로소 묵은지가 된다. 그런데 나중에 꺼내자 지금은 꺼낼 때가 아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어리석은 마음에 그렇게 계속 기다리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되면 그때부터 김치는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슬슬 골무지가 피고 악취가 진동한다. 더이상은 먹지 못하는 묵은지에서 썩은 김치로 그렇게 변해간다. - 미안해 -그때 못한 내말처럼 다신꺼내지 못할 썩어버린 내 울음처럼.

2025.04.23

# 비밀번호

- 비밀 번호 네자리를 입력해 주세요 - 잊혀지지 않아 쉽게 바꿀 수 없는 네자리 비밀번호 바꿔보려 해봐도 오랜시간 함께해온 기억 때문일까 결국 다시 돌아오는 나만의 네자리 비밀번호 오래전 부터 함께한 네자리 번호에는 너를 만났던 기억 너와 웃었던 추억 너와 울었던 슬픔 그리고 아픔 이 모든게 담겨있어 쉽게 바꾸지 못하는가 보다. 더이상 누를 수 없는, 수천번을 눌렀던 네자리 끝 번호 이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지워 지지 않는 네가 남겨놓은 네 자리 네자리 비밀번호

2025.04.22

# 왜 혼자야?

귀찮게도 두사람은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이 좋지 않아 다리가 아프다고 잠시 앉아 쉬면서도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뭐가 그리 웃기고 슬픈지 한참을 그렇게 떠들어댔다. 언젠 부터 인가 혼자 조용히 쉴시간이 많아졌다. - 또 귀찮아 지겠군 - 터덜터덜 걸어오는 그 모습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내리쬐는 햇빛에 구름한점 없음에도 비가 내려 내몸을 적셨다.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왜 오늘은 혼자야?

2025.04.21

# 벗어던진 장갑

따스하게 감싸주는 장갑에 손가락은 자유를 잃었다. 답답함과 불편함에 벗어전진 한쪽 장갑 자유를 얻었음에 홀가분한 마음도 잠시 칼 같은 바람이 손 가락을 어루만질때 어우 추워... 잠깐의 추위임에도 손이 얼어 다시 끼우려 해봐도 잘 되지 않는다. 더욱 얼어가는 한쪽 손 나머지 한쪽을 벗어 자유로워진 손으로 겨우 다시 끼워진 한쪽 장갑 다시 얼어가는 한쪽 손 바보같은 행동은 그렇게 반복된다. 잠깐의 불편함에 익숙함이 당연한 줄 알았던 그의 고마움을 몰랐던 벌로

2025.04.21

#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사진속 내 모습과 거울속 내모습이 어찌 그리 다른지 분명 나는 하나 인데 서로 다른 그모습이 어색하여 웃음을 떨군다. 현실속 내 모습이 수 많은 거울에 비춰 질때 비춰질 그 모습이 두려워 모자를 눌러쓰고 옷깃을 치켜올리며 고개 숙인체 살아간다. 한숨쉬듯 죽은듯이 그리 살다보면 어젠가는 내모습을 바로 볼수 있을테지 정답없는 이 질문에 기대하며 살아간다

2025.04.18

# 네 것이 아니야

때마침 내려준 비 덕분에 오전에 내 놓았던 컵에 물이 가득차 흘러 넘쳤다.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 처럼 자연의 섭리와 시간의 우연 때문인것을 그 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지나가는 이가 물었다. 컵에 물이 왜이리 찼느냐고 컵은 말했다. 이게 나 라며 원래 그랬노라며 과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말에 속아 고개를 끄덕였다. 비한방울 없이 맑은날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모두가 안도하는 그 순간 단 하나, 컵은 매말라 가는 물을 보며 절규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가 아니라며 나는 물이 가득찬 컵이라고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어느덧 잊은 채로 보여지는데 익숙한 컵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울부 짖었다 원래의 자기 모습은 잊은채로

2025.04.18

# 민들레 (부제 : 민들레의 기도)

언제부터인지 모르겟다. 이곳에 숨어 산게. 부끄러웠다. 땅위로 고개를 내 밀었을 때 주위 활짝 핀 꽃들을 보며 몇개 되지않는 이파리가 전부인 내가. 꽃을 피웠을 때. 꽃들에게 너무 당연한 그 꽃잎을 활짝 펼쳐대며 뽐내고 또 뽐냈다. 화려했던 순간도 잠시 머리가 하얗게 희어 한때는 꽃을 피웠다는 말도 한때는 화려했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 내가 있었다는 초라해진 내모습 밖에는 세 찬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를 흔들고 내게 남은 머릿카락 마저 내게서 멀어 질때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나와 같지 않기를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