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자다
하고싶은 것이 많았던
나는 개발자다
코드 한줄 쓰기 어려운
나는 개발자다
가야할 곳을 잃어버린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간다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해낼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키보드에 손을 올린체
아무런 미동조차 없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
보고싶은이
떠나간 사람
울고 웃던 지난날
지금 나의 인생 처럼
주마등 같이 흘러간다
한 순간 순간 소중했던
지금과 다를것 없던 시간들.
소중함에 가치가 뒤틀려 버린것일까
더이상 무엇을 하고싶은지
더이상 무엇을 해야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 조차 무색해 굳이 찾지 않는다.
발작스런 뒤틀림에 놀라 눈을 뜨고
그렇게 나의 어둠속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퇴근시간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집에가야지-
월급루팡.
누군가에게 그렇게 불려질지 모르는
한때는 천재라며 모두가 박수치던
그래
나는 갈곳을 잃어버린
14년차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