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쓰레기통
Ddoll
2025. 5. 9. 15:39
우연히 들린 매장에서
예쁜 쓰레기통을 구매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맘에 쏙 드는 색감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입 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오염이라도 될까
비닐을 씌웠다.
이물질이 묻어
냄새라도 풍길까
쓰레기 하나 버리기도
조심스러웠다.
바쁜 일상 속에
늘 그 자리에 있어
그렇게 익숙해졌나 보다.
그렇게 무뎌졌나 보다.
어느덧 가득 찬 쓰레기통
냄새가 올라오고
벌레가 꼬여가도
다음에...
피곤함과 귀찮음에
치우기를 또 미룬다.
그렇게 방치됐다.
그렇게 썩어갔다.
쓰레기를 치워도
비닐을 바꾸어도
물에 씻어도
처음 그때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한 곳에서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나를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봐 주길
기다리던 쓰레기통은
내 흔적들을 품에 안은채
그렇게 함께 썩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