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네 것이 아니야
Ddoll
2025. 4. 18. 14:23
때마침 내려준 비 덕분에
오전에 내 놓았던 컵에
물이 가득차 흘러 넘쳤다.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 처럼
자연의 섭리와
시간의 우연 때문인것을
그 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지나가는 이가 물었다.
컵에 물이 왜이리 찼느냐고
컵은 말했다.
이게 나 라며
원래 그랬노라며
과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말에 속아
고개를 끄덕였다.
비한방울 없이 맑은날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모두가 안도하는 그 순간
단 하나,
컵은 매말라 가는 물을 보며
절규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가 아니라며
나는 물이 가득찬 컵이라고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어느덧 잊은 채로
보여지는데 익숙한 컵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울부 짖었다
원래의 자기 모습은 잊은채로